Letter from Matter #01 쌓여진 화산과 펼쳐진 화산 (Etna and Icel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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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나로 가는 길은 볕이 강하고 납작했다. 타오르미나에서도 한 시간을 넘게 에트나산을 향해 차를 타고 이동했다. 헤지고 바랜 건물을 이런 볕으로 비추니 〈대부〉의 한 장면을 지나는 것 같았다. 에트나산 아래에도 사람들이 산다. 심지어 무척 풍요롭다. 화산재 토양에서 자라나 품질이 좋은 포도로 독특한 맛을 내는 에트나 와인이 심심하게 유명할 정도로.
사실 내가 시칠리아에 간 이유의 8할은 에트나 때문이었다. 이때가 10월쯤이라 "그래도 신혼여행이니 따듯한 날씨인 곳도 가고 싶어"라고 이야기했다마는 나에게는 사실 그런 검은 속내가 있었다. 에트나 와인 때문이었으면 남편도 좋아했겠지만 (실제로 신혼부부가 많이 하는 투어는 곤돌라를 타고 화산을 슬쩍 구경한 뒤 내려와서 에트나 와인 테이스팅하는 투어이다) 나는 와인에는 관심이 없고, 아이슬란드에서는 보지 못한 분화구를 보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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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을 많이 보긴 했지만, 에트나와 아이슬란드의 화산은 많이 다르다. 에트나는 하나의 거대한 성층화산, 즉 에트나라는 산 하나에서 오랫동안 반복적인 화산 활동 결과 분출물이 누적돼 만들어진 산이다. 아이슬란드는 열곡 지대. 즉 대지가 갈라지고 그 틈에서 용암이 흘러나와 지형 전체로 흐르고 냉각되어 빙하와 물과 이끼 같은 특유의 자연환경에 풍화된 거대한 지대이다. 에트나의 관념은 수직적이고, 아이슬란드의 그것은 수평적이다. 말하자면 아이슬란드가 펼쳐진 화산이라면 에트나는 쌓여진 화산이다. 계속 높아지는 산. 분출하고 쌓이고 다시 높아지길 그렇게 반복해서 유럽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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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ttened Stone-Soil Fasade_01,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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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은 당시에는 이유를 모른 채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야 그 이유를 알게 된다. 내가 2023년에 아이슬란드를 다녀오고 새로 시작한 작업 시리즈 이름을 〈펼쳐진 돌〉로 짓게 된 이유를 에트나를 다녀오고 나서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화산이라고 생각하고 다녀왔던 아이슬란드는 사실 계속해서 갈라지는 땅에서 용암이 흘러나와 펼쳐진 지대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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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나산 밑단은 여느 지중해 농경지처럼 포도밭과 올리브숲이 가득하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북유럽 산처럼 자작나무와 소나무가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키 큰 나무들이 점점 낮아지면서 땅에 바짝 붙은 고산식물 지대가 이어진다. 산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차로 빠르게 이동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이슬란드에서처럼 화산으로부터 파생된 다양한 장관을 보리라 기대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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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나 고산지대의 대표 식물인 Astragalus siculus(Sicilian milk-vetch) 강한 바람과 건조한 환경을 견디기 위해 지면에 붙은 둥근 쿠션 형태로 자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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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분화구까지 걸어가는 투어를 신청했기 때문에 해발 2,900m부터 시작했다. (보통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최고 높이가 2,500m 정도이다) 미팅 포인트에서 다들 발목까지 오는 등산화로 갈아신고 헬멧을 쓰며 채비를 했다. 그리고 나중에야 알았다. 여기서부터 올라갈 곳은 생명은커녕 물 한 방울조차 없는, 그 없음이 끝없이 이어지는 Volcanic Desert, 즉 화산 사막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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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from Matter는 2주에 한 번, 일요일 오전에 발행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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