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Matter #03 붉은 물과 달 (Red Water and the Mo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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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생각해 보면 에트나 분화구에서 과호흡이 대체 왜 온 것인가. 산을 오르다가 잠시 쉬는 와중에 들었던 가이드의 말도 한몫했던 것 같다. 화산이 터지는 것을 얼마나 미리 예측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그는 6시간 전이라고 말했다. 그가 6시간이라고 말했을 때 모두가 그럼 우리가 올라온 지 대충 몇 시간쯤 된 것인지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고, 계산을 마친 뒤 모두의 표정이 미세하게 굳었다. 이쯤이면 이 투어는 안전한 것인지, 에트나에 사람이 올라가도 되는 것인지 마음속에 작은 물음표가 생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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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호흡이 와 표정이 좋지 않아진 것을 보고 가이드가 옆으로 다가왔다. 어디서 왔는지, 형제자매는 있는지, 동생의 이름은 무엇인지 물었다. 마취가 들 때였는지 풀릴 때였는지, 언젠가 의사에게 받았던 질문들 같았다.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답할 수 있는 질문에 기계적으로 대답하다 보니 조금 진정이 되었다. 그는 안전하니 안심하라며 벼랑에 서서 두 팔을 벌리고 웃어 보였다. (하나도 안전해 보이지 않았다)
진정이 조금 되었지만 여전히 바람은 날카롭게 불고 유황 냄새와 회색 연기는 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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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그저 투어가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었지만, 가이드는 끝없이 다른 분화구로 데려갔다. 3년 전에 터진 분화구, 2년 전에 터진 분화구, 작년에 터진 분화구… ‘젠장 또 분화구에 데려가네… 이제 분화구라면 지긋지긋하다’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경관을 보러 왔지만, 그저 무사히 걸어 나가길 바라며 눈앞만 간신히 볼 뿐이다. 하늘에 이렇게 높이까지 가닿아서, 게다가 한 해가 멀다 하고 분화가 일어나는 이곳에서 사람에게 허락된 여유는 그 정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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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45억 년 전, 지구의 표면이 붉은 물로 뒤덮인 시절이 있었다. 바위가 녹아 붉은 물이 온 지구를 덮던 때. 지구가 지금보다 빠르게 돌아 지금의 하루 동안 밤이 몇 번씩 찾아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절. 달은 지금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다. 바닷물이 달에 이끌리듯 이 붉은 물도 달에 이끌렸다. 달이 당기는 힘에 지구가 늘어나고 줄어들며 열이 생겼고, 그 열이 땅속의 붉은 물을 더 많이 쏟아내게 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며 붉은 물의 표면이 식고 굳어 처음의 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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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한참 뒤, 땅이 벌어진 틈으로 땅속의 붉은 물을 길어 올리기 시작한 이곳 에트나. 분출하고 쌓이고, 때로는 무너지며 다시 쌓였다. 약 50만 년 전부터 화산 활동이 이어져 해발 3,000m 넘게 솟은 이곳에 어리석은 개미 같은 인간들이, 고작 100년 남짓 살아내는 인간이 올라오는 일의 덧없음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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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의 분화구를 더 보고 드디어 하산을 하게 되었다. 찰기 없는 퍼석한 땅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가 더 문제였다. 어느 시점부터 몇몇은 걸어 내려가기를 포기하고 등산용 폴대를 스키 폴대처럼 사용하여 스키 타듯 미끄러져 내려오기 시작했다. 화산 사막 스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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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from Matter는 2주에 한 번, 일요일 오전에 발행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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